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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면?괜찮은데?허리?젖히면?아프다?...?디스크?아닌?'이?질환'?가능성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3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본격적인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굳어 있던 척추 주변 근육과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허리 통증이 찾아오기 쉽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부터 떠올리지만, 통증이 발생하는 자세에 따라 원인은 전혀 다르다. 앞으로 숙일 때 아픈 허리 디스크와 달리, 기지개를 켜듯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유독 통증이 심하다면 한 번쯤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단순 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대처를 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형외과 전문의 선상규 원장(코끼리정형외과의원)의 자문을 통해 척추후관절증후군의 원인부터 진단, 치료 및 관리법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척추의 보조 지지대 '후관절', 무리한 하중에 연골 닳고 염증 생겨
우리의 척추는 단순히 뼈가 일자로 쌓인 형태가 아니라, 정교한 구조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체다. 척추를 하나의 건물에 비유했을 때, 앞쪽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충격을 흡수하는 중앙 기둥이라면, 뒤쪽에 위치한 후관절(facet joint)은 척추가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비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보조 지지대 혹은 '경첩(힌지)' 역할을 한다. 후관절은 척추 마디마디를 뒤에서 튼튼하게 연결해 체중의 20~30%를 분담하며 척추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유지한다.
선상규 원장은 "디스크가 노화나 충격으로 인해 그 높이가 낮아지면 뒤쪽에 있는 후관절에 과도한 하중이 쏠리게 되며, 이때 작은 윤활 관절인 후관절 사이의 연골이 닳고 염증이 생겨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척추후관절증후군의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주로 노화로 인한 연골 퇴행이 주된 원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잘못된 생활습관 탓에 2030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골반을 뒤로 말리게 하고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전만)을 무너뜨린다. 이로 인해 디스크 높이가 낮아지면서 후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복부 비만으로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게 되어 후관절에 지속적인 미세 손상을 유발한다.
아침에 굳는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로만 퍼지는 둔한 통증이 특징
척추후관절증후군은 허리 디스크와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르다.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는 디스크 내부 압력이 증가해 디스크 질환의 통증이 심해지지만, 허리를 뒤로 젖힐 때는 척추 뒤쪽의 후관절이 서로 강하게 압박되면서 후관절증후군의 통증이 악화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몸을 비트는 동작을 취할 때 관절 사이의 압박이 극대화되어 통증이 가장 심해진다. 환자들이 흔히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려 허리를 젖히거나 뒤돌아볼 때, 혹은 오래 서 있을 때 뻐근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또 다른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 기상 시 허리가 뻣뻣하게 굳는 '관절 강직(morning stiffness)' 현상이다. 수면 중에는 움직임이 적어 관절액 순환이 감소하고, 주변 혈류량이 줄어들며 국소 염증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 조금씩 활동을 시작해 관절 윤활액이 돌기 시작하면 통증이 서서히 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통증이 퍼지는 양상인 '방사통'에서도 디스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선상규 원장은 "디스크 탈출증은 탈출한 수핵이 신경근을 직접 압박해 종아리나 발끝까지 찌릿한 방사통이 이어지지만, 후관절증후군은 관절 주변의 얇은 신경(medial branch)만을 자극하기 때문에 주로 엉덩이나 허벅지 상부까지만 둔탁한 통증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발끝까지 저리거나 감각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영상 검사만으론 원인 찾기 한계... '진단적 신경 차단술'로 확진
척추 질환이 의심될 때 흔히 찍는 엑스레이나 MRI 같은 영상 검사만으로는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정확히 짚어내기 까다롭다. 영상 소견과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MRI 상으로는 후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심각해 보여도 정작 환자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영상에서는 뼈와 관절이 비교적 깨끗해 보임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이는 환자를 괴롭히는 통증의 근본 원인이 관절 구조 자체의 변형보다는, 관절 주변을 지나는 미세한 신경의 자극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상 검사로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들 때 시행하는 것이 바로 '진단적 신경 차단술(medial branch block)'이다. 이 시술은 후관절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내측지 신경에 국소 마취제를 소량 주입해 보는 방식이다. 주사를 맞은 후 통증이 마법처럼 일시적으로 사라진다면, 통증의 진원지가 다른 척추 구조물이 아닌 '후관절'임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진단적 신경 차단술을 통해 원인이 명확해지면, 이후 열을 이용해 신경을 치료하는 고주파 신경 열응고술(radiofrequency neurotomy)이나 반복적인 신경 차단 치료 등 본격적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주사 남용 주의, 틈틈이 허리 펴는 습관이 최고의 예방 습관
척추후관절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하면 척추 유합술 같은 대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 치료, 운동 요법 등 비수술적 관리만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 급성 통증과 관절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 '뼈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남용은 금물이다.
선상규 원장은 "염증 감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과도하게 반복할 경우 인대 등 연부 조직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임상적으로 1년에 3~4회 이내, 최소 2~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안전하게 시행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질환을 장기간 방치해 척추 마디가 흔들리는 불안정증이 심해지거나, 관절이 비대해져 신경 통로를 좁히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발전하여 보행 장애나 마비가 올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주사 치료 등으로 급성 통증이 한풀 꺾였다면, 주사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근육을 강화하는 능동적인 관리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척추의 정렬을 바르게 잡고 후관절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척추 주변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필수다. 허리를 과도하게 꺾지 않고 몸을 일직선으로 유지하는 '플랭크(plank)',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릿지 운동(glute bridge)', 네발 기기 자세에서 교차하는 팔과 다리를 뻗는 '버스 독(bird-dog)' 운동이 척추 안정화에 탁월하다. 단,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나 PC 앞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하는 현대인들은 30~40분마다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꾸고, 가볍게 허리를 펴주는 스트레칭을 생활화하는 것만으로도 척추 관절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